돈 관리는 평생의 과제이지만 그 어려움과 부담감 때문에 큰 계기가 없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졸업이나 취업, 결혼과 같이 인생의 큰 변화가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결혼은 그 동안 미뤄두었던 돈 관리를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혼자 살 때는 외면해왔던 소비습관과 경제적 문제들을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함께 잘 해보자고 꺼냈던 돈 이야기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한 팀으로 꿈을 이뤄가려면, 어떻게 돈 관리를 해야 할까요?
돈 관리가 쉬워지는 첫 단계, '자산 합치기'
요즘에는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연애를 하면서도 서로의 수입이나 자산, 부채에 대해 쉽게 묻지 않습니다. 돈 얘기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 결혼 후에도 각자 돈을 관리하며 공통의 생활비만 함께 나눠 지출하는 경우도 많고요.
물론 각자 돈을 관리하는 게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가정의 재무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부부의 자산과 부채를 공통의 것으로 합치는 편이 좋습니다.
서로의 자산과 부채,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그것을 공통의 것으로 간주할 때 주거 안정, 육아, 부모님 부양처럼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위한 최적의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 금융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 편에서는 비싼 이자를 내는 등의 비효율을 줄일 수도 있고요. 또한, 자산을 합치는 것은 돈 관리를 하기가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생활비만 생각할 때는 집세는 남편이, 식비는 아내가 등으로 나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을 챙기고,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매번 어떤 비용을 누가 처리할 것인지 나누는 것도 힘이 듭니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따로 돈을 관리하면 서로의 상황을 모르니, 상대편이 가정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 불필요한 오해와 의심이 생깁니다. '나는 노후 대비를 잘 하고 있는데, 남편 역시 잘 하고 있는 걸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결국, 아무리 돈을 나눈다고 해도 각자의 경제적 상황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신혼부부가 돈 관리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정의 관점에서 총수입과 지출, 저축과 부채를 파악하고 어떤 재무 목표를 위해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둘이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유·불리함을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때, 내가 원하는 미래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의사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공용 가계부 쓰기'
부부간의 돈 얘기가 싸움으로 쉽게 번지는 이유는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을 도와주는 데이터, 즉 숫자가 필요합니다.
'냉장고를 바꿀지, 말지', '1년 뒤 결혼기념일에 유럽을 갈 수 있을지' 등 가정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재 가정의 경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의 경제력을 탓하는 말이 아님을, '여행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와 여행을 가기 싫은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부부가 함께 가계부를 작성할 때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부부의 가계부는 크게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고정 비용, 둘 모두를 위한 공통 비용, 아내가 쓰는 비용, 남편이 쓰는 비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엑셀이나 구글 독스 등 부부가 함께 쓰기 좋은 가계부 툴을 정해 항목별로 지출한 내역을 정리해보세요. 특히,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하여 공용 가계부를 작성하면 매번 가계부를 따로 공유할 필요 없이 상대편의 가계부에 업데이트가 되어 편리합니다.
단, 부부가 함께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서로 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친한 부부 사이라고 해도 내가 쓴 내역을 일일이 공유하는 일은 꺼려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고정 비용과 공통 비용은 지출 내역을 자세하게 정리하되, 각각의 용돈은 기록하는 방식을 달리합니다.
남편과 아내 각각의 용돈을 책정해두고, 용돈을 쓸 때마다 지출 내역 없이 지출한 금액의 합계만 늘려나가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함께 돈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부 간 소통'
이렇게 평소에는 나와 가정을 위해 쓴 비용들을 정리하다가 매월 말이면 그 달의 가계부를 함께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의 저자 제시 메캄은 이를 '가계부 데이트'라고 부르는데요.
아예 '매달 말일 9시에는 가계부 데이트를 한다'고 정해두고 시간을 비워두는 게 좋아요. 가계부 데이트에서는 그 달 부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을 확인해보면서 이번 달의 수입과 지출의 차이는 어땠는지, 앞으로의 계획에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를 논의합니다.
주기적으로 가계부 데이트를 하면 오히려 평소에 돈 때문에 싸우는 일을 줄일 수 있어요. 우리 가정이 해결해야 할 돈 문제를 의논할 시간과 필요한 자료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평소에 서로의 지출을 간섭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가계부 데이트를 하며 돈 대화를 할 때는 평소보다 유의해서 대화해야 하겠죠?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이것을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보아야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질문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가정을 이루게 되면 함께 하고 싶은 것도, 함께 이뤄나가고 싶은 것도 참 많아집니다. 저축과 투자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병, 사고와 같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보장을 마련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합리적인 보장 마련으로 든든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까운 사이는 가깝기에, 먼 사이는 또 멀기에 돈 얘기는 항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회피하다 보면 작았던 돈 문제가 더 큰 감정의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신혼은 가정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시기인 만큼, 푸르덴셜생명이 알려드린 오늘의 팁으로 훌륭한 돈 관리 팀워크를 만들어 보세요.
글 - 미스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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