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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Content 푸르덴셜 푸르덴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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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 부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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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외상, BNPL

지금 미국, 유럽, 호주 등 해외 쇼핑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BNPL'입니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고도 신용 결제할 수 있는 후불결제 시스템을 말합니다.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먼저 받는다는 점에서 신용카드 기능과 유사하죠. 아마존은 BNPL 업체인 '어펌'과 제휴를 맺었고, 페이팔도 작년 9월 BNPL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애플도 애플페이에 BNPL을 옵션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갑자기 소비자들과 쇼핑 업계가 BNPL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디지털 외상 시스템, BNPL이란?

BNPL은 '지금 바로 구매하고, 지불은 나중에(Buy Now, Pay Later)'를 줄인 말입니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면 BNPL 업체가 소비자 대신 가맹점에 먼저 물건값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나중에 BNPL 업체에 대금을 분할 납부합니다. 이용 과정은 신용카드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운용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BNPL 업체는 이용자가 아닌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판매자가 사용료를 내는 구조인 셈이죠. 놀라운 점은 가맹점이 지불하는 BNPL 수수료가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2배 정도 높은 3~6%라는 사실입니다. 비싼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이 BNPL을 가입하는 이유는 뭘까요?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BNPL은 카드를 발급받는 과정이 없습니다. 앱을 다운로드해 본인 인증 후, 이메일,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면 됩니다. 즉, 카드 발급 절차, 신용 심사 과정이 없다는 얘기죠. 신용 점수가 부족하거나 없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했거나 계좌 잔고가 없는 경우에도 BNPL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연회비는 물론 분할납부 수수료나 이자도 없습니다. 연체할 경우 연체 수수료를 내지만, 신용카드보다 저렴한 편이죠. 가맹점 입장에서는 물건을 판 뒤 돈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신용카드처럼 2~3일간 입금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BNPL 서비스를 도입해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적용한 온라인 쇼핑몰의 2020년 구매 전환율은 2019년보다 약 44% 증가했다고 합니다. 물건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구매자들의 평균 구매 금액 또한 약 45% 높다고 합니다. 무이자 할부 덕에 예산 밖의 물건도 선뜻 사는 거죠. 결국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은 다수의 사용자를 앱에 유입시킬 수 있고, 간단한 결제방식으로 고객 구매 횟수와 구매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BNPL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BNPL은 누가 주로 이용할까?

BNPL은 특히 해외에서 인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문화가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민간소비지출의 75%가 신용카드 결제이지만 미국은 25%에 불과합니다. 국내와 달리 신용카드 발급도 까다롭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합법적 근로가 가능하다는 증명인 사회보장보호가 필요하며 소득 증명이나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신용 점수가 낮은 청년층이 할부로 물건을 사기 어려운 환경인 거죠. 게다가 무이자 할부도 거의 없습니다.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를 이용할 순 있지만 매달 이자를 내야 합니다. MZ세대가 BNPL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 욕구는 높지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에 매력적인 결제 수단인 거죠.

여기에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X세대 및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 내 35~44세의 50%, 45~54세 42%가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호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2%인 580만 명이 호주 BNPL 업체인 '애프터페이'를 사용하고 있는 등 BNPL 이용이 다양한 연령에 걸쳐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용어도 생소하지만 이미 미국,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서는 BNPL이 신용카드의 대체재로 급부상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기업의 BNPL 도입 사례는?

신용카드 발급 문턱이 높은 해외에서는 BNPL의 편리성과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내세워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BNPL 스타트업인 '어펌'과 제휴하면서 BNPL의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이들의 제휴 소식으로 어펌의 주가가 40%까지 폭등했고, BNPL이 신용카드, 현금처럼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BNPL 업체를 최대 규모로 인수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미국 핀테크 업체 '스퀘어'가 호주의 BNPL 업체 '애프터페이'를 기업가치 29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요. 호주 증시에 상장된 애프터페이의 시가총액 대비 30.6% 높게 인수한 사례로 호주 기업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의 빅딜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페이팔은 자체 BNPL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애플 역시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BNPL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 Apple Pay Later'를 개발 중입니다. 애플페이 레이터 개발 소식에 어펌의 주가는 13%, 페이팔 주가는 1.4% 하락할 만큼 BNPL은 핀테크 시장에서 뜨거운 이슈입니다.

한국은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하고 있는 카드가 평균 4장 이상입니다. 무이자 할부도 보편화되어 있고, 카드 수수료도 비교적 낮죠. 그래서 해외와 달리 플랫폼 이탈을 맞는 '락인 Lock-in' 효과를 목표로 대형 IT 기업들이 주로 BNPL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BNPL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쿠팡'입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나중결제'라는 이름으로 BNPL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에 한해 월 최대 130만 원까지 구매하고 결제는 다음 달 15일에 하면 됩니다. 이용 대상 고객은 쿠팡이 내부 기준에 따라 선정하며 월 한도는 고객마다 다르게 부여합니다. 연체가 없다면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누릴 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체 심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월 30만 원의 한도를 부여합니다. 국내는 해외 BNPL 서비스와 달리 분할 납부가 안 되고 온라인 결제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BNPL 서비스, 문제점은 없을까?

언택트가 증가하고,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와 결제 방식마저 바뀌고 있습니다. BNPL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소액신용 기회를 제공하고, 번거로운 절차의 결제수단을 이용하던 이들에게 편의성을 높여주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를 하지 않는 만큼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하기 힘들어 이용자들이 구매 대금을 갚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이용자가 여러 BNPL 업체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BNPL 업체들끼리 이용자의 신용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여신관리에 취약합니다. 사용자의 신용과 리스크 관리를 지속해서 강화하지 않으면 2000년대 초 우리나라가 겪은 카드대란 같은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한 중고거래 카페에는 '쿠팡 나중결제 한도를 75% 가격에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쿠팡 상품을 할인한 가격으로 배송해 주고 현금을 받는 거죠. '카드 깡'처럼 악용되고 있는 사례입니다.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를 규제할 방법을, 핀테크 기업은 BNPL 서비스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리스크를 미리 방지할 방법을 숙제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더불어 BNPL 사용자는 후불결제 시스템이 구매 비용 지불을 회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 시 책임감과 계획적 소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