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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힐링'에 빠진 MZ세대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꿨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주안상을 차려 '랜선 회식'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홈트'를 합니다. 방에서 세상을 살아내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코로나 블루', 즉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덕분에 코로나19 이전부터 서서히 뿌리를 확장해온 '가드닝 트렌드'는 더욱 주목받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식물'이 어떻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블루와 녹색힐링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줄고 경제적 위기까지 찾아오니 우울감과 무기력이 늘고, 외로움은 일상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평소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으며,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집에만 머무는 '집콕'이 길어지면서 식물을 활용해 집안을 정원처럼 가꾸거나 옥상이나 베란다를 작은 텃밭으로 꾸며 위안을 얻는 '녹색힐링'이 인기입니다. 영국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정원의 쓸모>에서 이를 '원예 카타르시스'로 설명했습니다.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소매판매 매출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패션/액세서리점 -67.70%, 식당/바 -39.60%, 가구점 -35.70%, 신차판매점 -34.50%, 전자제품점 -33.20%, 백화점 -31.60%, 주유소 -29.70%, 스포츠용품점 -20.70%, 약국 -5.90%로 감소했고, 할인점	3.30%, 가드닝점 8.60%, 주류판매점 13.70%, 식료품점 18.60%, 온라인소매점 20.40%로 상승하였음.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대부분의 소매 판매 업종이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겪었으나 홈가드닝 분야는 1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매년 5%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오긴 했지만 일 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죠.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형마트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매장 입구에 홈 가드닝 코너를 마련했고, 온라인 쇼핑몰은 집에서 손쉽게 콩나물, 방울토마토 등을 기를 수 있는 재배 키트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SSG닷컴에 따르면 2021년 3~4월 한 달간 홈가드닝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96.6% 늘었고, 특히 초보 입문자를 위한 '미니 화분 키우기' 등 가드닝 키트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가정뿐만 아니라 백화점, 기업 등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오픈한 '더현대'는 영업면적의 49%를 실내정원과 고객 휴식공간으로 채웠습니다. 매장이 빼곡한 기존 백화점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사무실을 초록빛 식물로 채우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은 사옥을 숲처럼 꾸며 직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실제로 식물이 있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식물이 하나도 없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보다 업무 능력이 15% 증가하고, 직원의 병가 신청은 20%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심리적 평온함을 주기 때문에 업무 생산성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죠.

 

신조어로 보는 반려식물 트렌드

코로나19 이전의 식물 트렌드가 원예, 취미 개념에 국한한 '가드닝'에 불과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반려, 동반자의 개념이 더해져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교감하는 '반려식물' 트렌드로 확장되었습니다. 식물이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는 여러 논문 덕분에 코로나 블루 시대에 새로운 가족으로 격상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반려식물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72.3만 개의 게시물이 나옵니다. 신조어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입니다. 트렌드의 주인공은 젊은 층, 말하자면 MZ세대입니다. 이들이 이끄는 반려식물 트렌드는 홈가드닝과 플랜테리어라는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플랜테리어

플랜테리어(Planterior)란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최근 인테리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코로나19와 맞물려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습니다.

#식물집사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을 '냥집사',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을 '멍집사'라고 하죠. 반려인들이 자신을 시중들듯 주인을 살뜰히 돌보는 '집사'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도 생긴 거죠.

#베란다농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농산물값의 고공행진에 장보기가 겁나자 식용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베란다 농부', '방구석 농부'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는 '팜린이'가 있습니다. 농사를 뜻하는 영어 'farm'과 한국어 '어린이'를 결합한 것으로 홈가드닝을 시작하는 초보자를 뜻합니다.

#파테크

지난 4월 대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금파'가 되자 집에서 대파를 키우며 '파테크(파+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죠. 최근에는 상추와 깻잎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자꾸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사람들은 방울토마토나 상추처럼 모종을 심어 키우기도 하고 버섯 키트를 이용해 버섯을 재배하기도 합니다.

 

MZ세대가 반려식물을 키우는 법

MZ세대는 식물을 키울 때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합니다. 우선 식물을 선택하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어떤 식물을 키워야 할지 모를 때에는 키우는 사람의 관심사 또는 성격에 맞춰 설문을 진행한 후 키우기 적합한 식물을 알려주는 '플립(fuleaf)', '그리니파이(greenify)', '심다(simda)' 등에서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사이트를 통해 추천받은 식물을 사면 집 앞으로 분갈이 된 식물과 함께 식물에 대한 소개부터 자세한 관리 방법까지 배달됩니다.

식물을 키우다 모르는 게 생기면 윗세대나 옆집에 묻던 때와는 달리 앱을 활용합니다. '그렉(greg)'은 AI 기술을 사용해 더욱더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가입 시 키우고 있는 식물 수와 식물 관리 경험, 성향 등을 묻고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통해 반려식물의 성장 환경을 파악하고,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식물 성장과 관리에 최적화된 방법을 추천해줍니다. '적당히', '자주'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푸시 알림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거죠. 그렉 앱은 출시 후 9개월 만에 1만 2,000종, 290만 개의 식물이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플리티(plity)'도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센서로 토양, 수분, 공중 습도 등 식물의 주변 환경 상태를 분석하고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식물에 물을 줘야 할 때 등을 알려주는 식으로 식물 관리를 돕는 거죠. 이때 식물 상태에 따라 표정과 배경이 바뀌어 반려식물과 소통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MZ세대는 '넷플릭스'나 '퍼블리'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구독하듯 식물을 구독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호티(horti)'는 주목받는 식물 구독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식물을 잘 알지 못하는 초보자 옵션, 반려동물과 함께 키우기에 적합한 옵션 등이 있어 상황에 맞게 매달 식물과 화분 등을 보내주죠. 국내에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로 유명해진 '꾸까'가 있습니다.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받고 싶은 요일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 보내주는데, 이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약 4만 명에 달합니다.

 

반려식물 산업의 성장과 전망

가드닝 시장이 커지자 기업들은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반려식물을 개발했습니다. 로봇 제조 스타트업 '빈크로스'가 반려식물에 로봇 기술을 접목해 움직이는 로봇 반려식물을 선보인 건데요. 'HEXA'라고 불리는 이 로봇 반려식물은 카메라, 적외선 송신기, 거리 측정 센서 등이 탑재되어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입니다. 광합성이 필요할 때에는 햇빛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햇볕을 충분히 쬔 후 알아서 그늘로 이동하죠. 게다가 발을 움직이며 애교도 부립니다.

반려식물 관련 서비스는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장기간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플랜트 호텔'도 생겼습니다. 롯데백화점 미아점에 입점한 '실라파티오'와 AK플라자 분당점의 '가든어스'가 대표적인 플랜트 호텔들이죠. 반려식물이 아플 때 치료해주는 '식물병원'도 있습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 식물병원'은 병 든 식물 사진과 증상을 적어 '사이버 진단의뢰서'를 작성하면 분야별 전문가가 온라인으로 처방을 내려줍니다. 대전시청에서는 운영하는 '화분병원'은 오프라인 식물병원으로 반려식물을 위한 치료실과 입원실이 갖춰져 있죠.

새로운 시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식물재배기' 시장인데요. 식물재배기란 식물 성장에 필요한 빛, 수분, 토양, 온도를 인공적으로 공급해 집에서도 손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전제품입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유기농 채소를 길러 먹을 수도 있고,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죠.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교원 웰스는 '웰스팜'을 올 상반기에만 9,000대 이상 판매했습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지난해 CES에서 자사의 식물재배기를 선보였습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카플란은 인간이 축적된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는다는 '주의력 회복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에드워드 윌슨도 모든 인류에게 '녹색갈증'이 있다고 했죠. 실제로 식물은 세로토닌을 분비해 자연 속에 있으면 불안과 우울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홈가드닝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이미 식물의 치유력을 경험했습니다. 식물의 치유력을 안 이상 반려식물 트렌드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이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