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글로벌 이슈가 된 이유
ESG 시대를 연 기폭제는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기업이 배출한 탄소를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전략을 요구했습니다. 일 년 전 ESG 경영 실천 기업에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에 이어 구체적인 전략까지 요구해 ESG 시대를 앞당긴 것입니다.
협력사에 강도 높은 ESG 경영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애플이 주도하는 'RE100'이 대표적입니다. RE100은 기업의 전력량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 업체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새로운 무역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소비자도 달라졌습니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전체 매출의 1%를 각국 환경단체에 지원하고, 친환경 소재를 고민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앞장섰습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이 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의류라도 가급적 덜 사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영 마인드는 소비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에 적중했고 2019년 파타고니아코리아 매출은 약 428억 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ESG는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