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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뉴욕 증시 상장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각) 쿠팡의 미국 직상장 성공에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좁아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완벽히 깨진 것입니다. 쿠팡의 상장이 국내 기업에 대한 시각을 호의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투자금 확보가 절실한 업체들의 뉴욕 증시 상장 시도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선 식품 배송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 숙박 예약 스타트업 '야놀자',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등이 상장을 준비하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왜 국내 스타트업들이 뉴욕 증시 상장을 노리는지 그 이유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쿠팡, 미래 가치 인정받으며 상장 성공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 증권 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쿠팡 주식은 상장 첫날 공모가인 35달러보다 40.71%(14.52달러) 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쿠팡의 시가 총액은 종가 기준 약 886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00조 4,000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비상장 기업이었던 쿠팡이 뉴욕에 가자마자 한국 기업 중 SK하이닉스(99조 7,363억 원: 3월 11일 종가 기준)를 제치고, 삼성전자(489조 5,222억 원) 다음가는 2위 기업으로 뛰어오른 것입니다.

마켓컬리 매출은 2015년 29억 원에서 2019년 4,289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2020년에는 가파르게 성장해 10,000억 원(추정)이 되는 그래프 이미지

출처: 컬리

 

쿠팡 다음 타자는 마켓컬리?

쿠팡의 미국 직상장 다음 타자로는 신선 식품을 소비자의 문 앞까지 배송하는 장보기 앱 마켓컬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마켓컬리 측은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 시장 중 어디에 상장을 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쿠팡 다음 뉴욕 증시 상장 후보로 마켓컬리를 지목하며 약 8억 8천만 달러, 우리 돈 1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했습니다. 마켓컬리 내부 자료를 인용해 마켓컬리 이용자의 재이용률이 60%로 업계 평균치(29%)보다 훨씬 높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러시

쿠팡의 성공은 동종업계뿐만 아니라 *IPO를 준비하고 있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해외 상장'이라는 또 다른 선택권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마켓컬리처럼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킨 국내 스타트업 기업 상당수가 미 증시 상장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IPO: 기업의 주식 및 경영 내용의 공개

특히 올해 대어급 IPO로 손꼽히는 글로벌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거취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현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성공으로 인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미국에 상장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 80조 원의 블리자드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숙박 예약 스타트업 야놀자 역시 올해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요건'을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쿠팡에 자극받아 미국 상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야놀자의 기업 가치가 국내에서는 3~5조 원 정도지만, 미국에서라면 10조 원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테슬라 요건: 상장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

 

왜 홈그라운드를 놔두고 미국으로 갈까?

첫째,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 국내보다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 그만큼 투자 자금을 더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쿠팡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가 혁신기업이나 특허기업의 가치를 더 제대로 평가하는 만큼 자금 조달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둘째, 한국거래소의 까다로운 상장 심사제도 때문입니다. 국내 증시도 2017년 '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를 시행하며 상장 요건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적자 기업도 일정 수준 성장 가능성만 있으면 미래 가치를 보고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 도입 후 지난 4년간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합니다.

셋째, 뉴욕 증시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차등의결권' 때문입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을 잃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투자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창업주의 지분이 줄어들어 경영에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가진 클래스B 주식 1주는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습니다.

<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사례 >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사례로 기업명, 거래기간, 상장폐지사유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표
기업명 거래 기간 상장 폐지 사유
두루넷 1999~2003년 법정관리
미래산업 1999~2008년 거래 부진으로 자진 상폐
이머신즈 2000~2001년 장기간 주가 1달러 미만
하나로텔레콤 2000~2007년 거래 부진으로 자진 상폐
웹젠 2004~2010년 거래 부진으로 자진 상폐
와이더댄 2005~2006년 리얼네트웍스의 인수
픽셀플러스 2005~2009년 실적 부진
그라비티 2005~ 거래 중
G마켓 2006~2009년 이베이의 인수
한화큐셀 2010~2018년 한화솔라와 합병

출처: 매경이코노미

 

미국 진출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까?

뉴욕 증시 상장이 탄탄대로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쿠팡에 앞서 미국 진출을 시도한 한국 기업은 10곳이었습니다. 이 중 9곳이 상장 폐지됐고, 게임 업체 그라비티만 생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거래소의 상장 심사 요건이 한국보다 덜 까다롭지만, 상장 이후 공시 의무 등 규정이 많으며,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자체 규정)를 강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경영진에 대한 형사 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합니다. 또한 상장 후 주가 유지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속해서 끌어야 하는데, 미국 증시는 전 세계 증시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비상장 기업의 상장 소식이 알려지면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기술 변화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승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해당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어떻게 갖추어졌는지, 어떤 활로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국내 기업에만 국한해서 상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상장 사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향후 몇 년 후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가치까지 내다보며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