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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변에서 상속이 개시된 이후 가족끼리 유산에 대한 분배 문제로 분쟁이 일어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케이스를 지켜본 필자는 분쟁이라는 표현보다는 의견의 불일치라고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상속인 각자마다 재산에 대한 선호도도 다를 수 있고, 각 상속재산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미리미리 본인의 자산에 대한 분할플랜을 세워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상속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 분할하기 힘든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유언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우리나라의 민법상 법적으로 인정되는 법정 유언은 다섯가지가 존재한다.

1. 자필증서 유언

자필증서 유언은 종이와 펜만 있으면 혼자서도 작성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유언방식이다.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유언을 작성할 수 있고, 특히 증인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밀스러운 내용까지도 유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래의 다섯 가지 필수사항을 모두 정확하게 지키기만 한다면 별다른 비용 없이 적법한 유언서를 작성할 수 있다.

1) 전문(全文) : 반드시 유언의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자필로 작성해야 하고 타인에게 대필 시키거나 컴퓨터로 작성하는 등 인쇄를 한 것은 자필증서 유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2) 날짜 : 유언의 선후관계를 따지기 위해서 유언장 작성의 날짜를 써야 하는데, 그 연월일이 없는 유언장은 무효이고, 연월만 표시하고 날짜를 기재하지 않은 유언도 인정되지 않는다.

3) 성명 : 유언을 하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해야 하는데, 호나 예명을 기재해도 된다. 유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성명을 기재한 유언서는 무효다.

4) 주소 : 유언자의 주소를 자필로 기재해야 한다. 꼭 주민등록상 주소를 쓰지 않고 실제 거주지 주소를 기재해도 무방하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던 시절에 민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일종의 본인확인절차라고 볼 수 있다.

5) 날인 : 날인(捺印)은 도장을 찍는 것을 말하는데, 도장은 인감도장 뿐만 아니라 막도장도 좋고, 손도장인 무인(拇印)도 무방하다. 하지만 날인없이 서명만 기재된 자필증서 유언서는 효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다.

유언장 작성이 간편한 자필증서 방식은 작성 이후 안전하고 확실한 보관이 마땅치 않아 은닉 또는 분실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한 유언자의 사망이나 유언장 발견 이후에도 그 발견자가 위조, 변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보통 자필증서 유언을 작성한 경우에는 은행금고 등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공정증서 유언

공정증서 유언방식은 공증인인 변호사가 유언장을 작성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식이라는 점이 장점이라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약점이 있다. 공정증서 유언 방식이란 유언자가 증인 2명 이상 참여시킨 채, 변호사 면전에서 유언내용을 이야기하고 변호사가 유언서를 작성하여 공증하는 방식이다.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서 원본이 변호사에 의하여 필기 및 보관되기 때문에 분실, 위조, 변조, 은닉 등의 위험이 거의 없고 가장 확실하면서 안전한 방식이다.

공정증서 유언방식은 유언자가 직접 작성한 자필증서 유언서를 공증 받는 개념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 작성을 공증인(변호사)이 진행하는 것이므로 공정증서 유언은 자필증서 유언을 공증 받는 것과는 아예 다른 방식인 것이다.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 상속인간에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안전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향후 유언서에 따른 이견을 원치 않는 경우에 활용하면 좋다. 다만, 공정증서 유언서 작성 시 증인 2명 입회해야 하다 보니 비밀이 완벽히 유지되기는 어렵다. 유언의 유증가액이 20억원을 넘어가면 유언공증 비용은 300만원이다.

3. 녹음 유언

자필증서 유언을 하고는 싶은데, 문맹이어서 직접 글씨를 쓸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장애가 있어 필기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필 대신 녹음을 통해서 본인의 의사를 남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녹음 유언 방식이다. 1명 이상의 증인 입회 하에 유언자가 녹음을 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이렇게 문서 대신 녹음을 남길 경우 유언자의 육성이 사후에도 그대로 보존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보관이 소홀하면 녹음상태가 악화되어 소멸될 리스크도 있다.

4. 비밀증서 유언

유언장이 있다는 것은 명확히 해두고는 싶지만, 본인 생존 시에는 그 유언 내용을 비밀로 붙이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는 비밀증서 유언방식을 활용하면 좋다. 유언 내용을 봉투에 넣고 풀로 붙인 다음에 증인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므로, 증인들은 유언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비밀증서방식으로 봉서 된 유언장은 그 표면에 기재된 날(제출 연월일)로부터 5일 이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 서기에게 제출하여 그 봉인 상에 ‘확정일자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5. 구수증서 유언

조난을 당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닥쳐서 당장 제대로 된 유언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구수증서 유언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질병이나 기타 급박한 사유로 보통 방식의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 참여로 그 중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필기하고 다른 한 사람이 증인으로서 유언 내용의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는 방법이다.

구수증서 유언 방식은 다른 일반방식 유언(자필증서, 공정증서, 녹음, 비밀증서)으로는 유언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유언방식이다. 만약 일반방식의 유언으로 유언서 작성이 가능한 상황에서 작성한 구수증서 유언서는 무효가 된다. 또한 구수증서 유언은 그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의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가정법원에 검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상의 5가지 유언 방식은 민법에 의해서 규정된 제도이다. 그런데 신탁법에는 유언제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제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유언대용신탁제도가 유언과 다른 점들을 살펴보겠다.

  1.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언이란 사후에 상속재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면,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재산의 운용 및 배분, 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2. 유언대용신탁은 여러 세대에 걸친 자산 분배가 가능하다. 유언은 본인의 상속, 즉 1차 상속에 대해서만 본인의 뜻대로 지정할 수 있는 반면에 유언대용신탁은 여러 세대에 걸친 자산분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내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겼다가 배우자 사망 시 첫째아들에게 넘겼다가 첫째아들 사망 시 막내딸에게 넘겨라 하는 식으로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이다. 좀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이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
  3.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자산관리부터 맡길 수 있다. 유언을 작성한 경우 그 유언의 효력은 유언 작성자가 사망한 순간부터 발생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시점부터 재산의 관리를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 고령화시대에 사망시점까지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치매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재산이 14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도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령, 질환, 치매 등으로 생전에 자산관리능력이 현저히 감소할 때를 대비해서 본인의 재산을 금융회사 등 신탁회사에 맡기고 생전에는 수익금을 본인에게 지급하다가 사후에는 딸에게 30%, 아들에게 15%, 배우자에게 55%를 지급하라는 등의 계약이 가능하다.
  4. 공정증서 유언의 경우 증인이 반드시 2명 이상 필요하다. 즉, 유언을 하려는 자가 공정증서 유언을 작성하려면 증인 2명 입회 하에 변호사에게 공정증서 유언을 작성하게끔 되어있다. 결국 유언자의 지인인 증인 2명이 유언 내용을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좀 특별하거나 은밀한 내용을 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금융회사(신탁회사)와의 계약서 작성만으로 성립된다. 유언대용신탁은 증인 없이 금융회사와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이라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므로 신탁보수라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연 0.5% 내외의 보수율이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의 경우 금융자산보다는 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만약 100억원의 건물을 유언신탁 했을 경우 신탁보수가 연 0.3%라면, 연간 3천만원 정도의 신탁보수가 발생할 수 있다.

내가 평생 피땀 흘려 일군 내 재산을 법에서 정한 일괄적인 방법으로 강제 배분되도록 방치하기 보다는, 내 뜻대로 최적의 분배안을 마련하고 그 뜻을 유언이나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정확히 상속인들에게 남겨둔다면, 좀 더 아름다운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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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재영 (주)웰스에듀 부사장